
국제적인 관점에서 일본문화의 가치를 찾고 있는 미국출신의 사진가 '에버렛 브라운' 씨(이하 에버렛 씨). 14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프로 사진작가로서 커리어를 시작하여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진전 『M.I.L.K:Moments of Intimacy, Laugher & Kinship』에서 입상하는 등, 훌륭한 실적을 많이 남겼다.
에버렛은 19세기에 일본을 방문했던 저명한 학자 '어니스트 페놀로사'를 방불케 할 정도로 일본의 풍경과 전통문화, 기술 등에 조예가 깊기 때문에,「현대의 페놀로사」라는별명으로도 불리고 있다. 그런 그가 주목하는 일본의 매력중의 하나가 "사무라이 정신"이다. 에버렛 씨와 함께 사무라이 정신과 그 정신이 아직도 숨 쉬고 있다는 "아이즈"지방의 매력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어니스트 프란시스코 페놀로사 (1853-1908) : 미국의 동양미술사 학자. 1878년에 일본을 방문, 도쿄대학에서 철학, 경제학을 전공. 또 일본미술에 흥미를 가지고 일본화의 부흥을 제창. 1884년에는 미술단체 『감화회』를 설립, 독자적인 일본미술에 대한 관점을 세워 일본의 미술가에게 영향을 주었다.
일본인의 정신과 사무라이
에버렛 씨가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한 것은 1984년 그가 25살 때. 도시 및 관광지 뿐만 아니라 지방의 어촌과 농촌도 둘러보았다고 하는데 일본문화에 감명을 받은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처음 일본을 방문했을 때, 조상과 돌아가신 분을 모시는 『본오도리』와 『오쿠리비』라는 제사에 참여했죠. 죽은 자의 영혼을 사후세계로부터 현세로 불러들이고 또 그 영혼을 배웅하는 전통적인 의식을 통해서 사람의 생명과 영혼을 숭상하는 일본인의 정신에 크게 놀랐어요. 현대사회에서는 사람들간의 관계와 선대의 가르침을 이어받는 문화가 희미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그러나 일본인에게는 조상과 지역의 유대를 소중히 하는 정신이 뿌리 내려져 있습니다. 저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그런 일본인의 정신에는 『사람으로서의 존엄과 긍지, 그것을 소중히 하는 삶』이라는, 전세계인들이 참고해야 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느꼈죠"
1988년에는 일본에 정착. 그 후에 약 30년에 걸쳐 일본 각지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문화,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 온 에버렛 씨는 그러한 일본인의 특징을 나타내는 가장 좋은 예로서 "사무라이 정신"이 있다고 한다
"일본의 사무라이랑 비슷한 존재로서 유럽의 기사가 꼽히지만 『할복』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 책임을 진다는 사고방식은 없어요. 더욱 『할복』은 당시 일본에서 사무라이 정신을 대표하는 명예적 행위로서 인식되었죠. 이 사실을 알았을 때는 저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한편, 그것은 자신의 마음을 맞대하는강인함을 나타내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그것을 알았을 때, 여기에는 『사람으로서의 존엄과 긍지, 그것을 소중히 하는 삶』이라는 일본인의 정신과 통하는 거 아닌가? 라고 느꼈죠”
아이즈에 지금도 숨쉬고있는 사무라이 관습
에버렛 씨는 그러한 사무라이의 정신을 현대에 계승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 후쿠시마 현 서부에 위치한 아이즈 와카마츠 시 라고 한다. 왜 아이즈일까?
"아이즈는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 당시의 일본을 통치하던 장군이자 도쿠가와 가문의 친족인 마쓰다이라가가 다스리는 아이즈 번의 성시(성을 중심으로 발달한 마을)로서 승승장구했어요. 그런 아이즈의 무사에게는 꼭 지켜야 할 규칙이 있었어요. 그것은 바로 『어른의 말을 어기지 말 것』 『제대로 인사를 할 것』 『거짓말을 하지 말 것』 『비겁한 짓을 하지 말 것』 『약한 자를 괴롭히지 말 것』이라는 지금 현대 사회의 예의범절에서도 통하는 것이었어요. 이 규칙은 19세기에 설립된 교육 기관인 '일신관'에서도 가르쳐져 성실하고 정직한 삶을 선호하는 현대 아이즈인의 기질에 강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해요.
영상에서도 나오는 아이즈의 "무덕전"이라는 검술 도장을 찾았을 때 그 사무라이 정신이 아직도 살아 있다고 강하게 느꼈어요. 연습시간에 방문했을 때, 어린아이들의 눈이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묵묵히 도복을 입고 경례를 하고 연습에 들어가는 그 집중력, 마음과 몸의 통일감. 그냥 아이가 아니라 바로 아이즈 사무라이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어요."
서양인이 품은 사무라이의 대한 동경
톰 크루즈와 와타나베 켄이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 등과 같이 세계에서도 주목 받는 "사무라이"라는 존재. 특히 서양인이 사무라이에게 흥미를 품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에버렛 씨는 설명한다.
"신에게 맹세를 올리며 행동규범 및 정의 등의 규율을 중시하는 기사의 정신또한 19세기경까지는 서양인에게 금욕적인 측면에서 존경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이었어요. 그러나 근대화 된 사회 구조와 종교관의 변화에 의해서 점차 일상적인 것이 아니게 되었어요. 한편 사무라이 정신에서 이어지는 『사람으로서의 존엄과 긍지, 그것을 소중히 하는 삶』이라는 것은 보편적인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시대가 지나도 퇴색되지 않아요. 서양인은 그런 사무라이의 방식에 선망과 존경심을 품게 된 것은 아닐까요? 나도 그 중 한명일지도 모릅니다."
에버렛 씨가 일본인의 정신이라고 말하는"사람으로서의 존엄과 긍지, 그것을 소중히 하는 삶"과도 연결되면서 세계의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무라이". 그 사무라이들이 지켰던 "법칙"을 계승한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들이 사는 거리인 아이즈에 한번 찾아가 보면 어떨까
에버렛 케네디 브라운
사진가. 1959년 미국 워싱턴 D.C출생. 1988년 일본에 들어와 정착. EPA통신사 일본 지국장을 거쳐 작가로서 일본 문화를 외국에 소개하고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타임" "뉴욕 타임스"등 구미의 주요 언론에서 작품을 발표. 저서 『일본력』 (마츠오카 세이고와 공저)외 다수.